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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9경의 핵심, 일상에서 만나는 가을철 남한산성 등산길
  • 김시창 기자
  • 등록 2025-11-04 20:21:30
  • 수정 2025-11-04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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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A뉴스=김시창 기자] 가파른 성곽 위로 바람이 흐르고 성벽 너머 성남,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성남9경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남한산성은 통일신라·조선을 거쳐 근대를 통과하는 동안 나라의 흥망과 함께 호흡해 온 살아 있는 기록이자 오늘날 시민에게 주말 휴식과 배움, 풍경을 선물하는 일상의 선물이다.

 

성남에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지하철 8호선 ‘산성역’이 가장 가깝다. 깊은 심도와 긴 에스컬레이터로 유명한 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산성 방면 버스(9, 9-1(주말), 52, 53 등)를 타고 산성 유원지까지 오를 수 있다. ‘남한산성입구역’에서 출발해도 된다. 2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382번을 제외한 대부분의 버스가 산성 유원지로 향한다. 평일엔 남한산성입구역 환승이 널찍하고 수월하고 주말·성수기에는 산성역에서 9-1번이나 53번을 타는 편이 대개 빠르다. 자가용이라면 산성로를 타고 정상부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길 폭이 좁고 커브가 잦아 이른 시간대에 오르는 게 상책이다.

 

성에 닿으면 가장 먼저 ‘성곽 도시’의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남한산성은 산허리의 능선을 따라 둘러친 거대한 석성이다. 동문(좌익문), 서문(우익문), 남문(지화문), 북문(전승문)으로 이어지는 4대문은 각각의 지세와 역할이 뚜렷하다. 왕이 드나들던 남문은 가장 웅장하고 서문 일대는 날씨가 좋은 날 롯데월드타워와 한강,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잡히는 ‘서울 야경 명당’으로 사진가들이 줄을 선다. 북문은 이름처럼 전승을 기원하는 상징을 품고 있고 동문은 낮은 지대 특성상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는 독특한 형태다.

 

이처럼 성문 어디에서든 한 걸음만 물러서면 곧바로 숲과 능선, 성벽의 리듬이 이어진다. 야트막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순환로를 2~3시간 정도 걸으면 산성의 큰 숨결을 한 번에 받아낼 수 있다.

 

성내의 중심에는 행궁이 자리한다. 임진왜란과 정묘·병자호란을 거치며 비상 시 국왕이 머물던 임시 수도의 심장으로 기능했던 곳이다. 주변에는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수어장대’가 서 있다. 장교가 전장을 바라보며 지휘했던 자리에서 오늘의 우리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결을 내려다본다. 숭렬전과 현절사는 각각 백제 시조 온조왕을 기리고 삼학사의 충절을 추모하는 자리다. 남한산성의 역사 서사는 이렇듯 승리와 패배, 신앙과 의리, 백성과 군사의 일상이 켜켜이 포개진 층위로 읽힌다.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동아시아 축성술·군사공학의 변화를 집대성한 ‘요새화된 도시’의 전형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한산성의 매력은 풍경의 계절감에서 극대화된다. 봄에는 벚꽃과 연두가 성벽을 타고 흐르고 여름의 성곽 숲길은 뜨거운 도심에서 서늘한 공기를 빌려온다. 가을은 단연 압권이다. 성벽 위 단풍의 그라데이션은 능선의 굴곡을 따라 병풍처럼 이어지고 서문 전망대에서 맞는 일몰은 붉은 성벽과 보랏빛 하늘, 도시의 불빛이 한 장면에서 겹쳐지는 드문 풍경을 선사한다. 눈이 온 다음 날 하얗게 눌러쓴 성벽의 질감과 비질한 성돌 사이로 맺힌 성에는 오래된 시간의 촉감이 깃든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성문 밖 식당가의 해장국과 토속 음식, 남문 아래 닭죽골목의 소박한 한 그릇은 등굣길처럼 오르내리는 하루의 마침표가 된다. 다만 성수기에는 차량과 인파가 크게 몰리므로 오전 일찍 입산하거나 대중교통을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성곽 한 바퀴를 무리해 돌기보다 남문–행궁–수어장대처럼 포인트를 나눠 짧게 연결하는 동선이 좋다.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서문 야경은 망원 계열 렌즈가 유리하고 일몰 2~3시간 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여유가 있다.

 

이처럼 성남 시민에게 남한산성은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나는 여행’이다. 8호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성벽 위 돌 하나를 쓰다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백제의 흔적과 신라의 축성, 조선의 행궁과 호국의 기억, 근대의 격변과 오늘의 도시 풍경을 동시에 만난다. 남한산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나라의 맥을 이어온 성이었고 지금은 일상의 피로를 풀어내는 시민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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